천안 독립기념관을 둘러본 후,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검색하다가 ‘병천순대거리’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옆에 ‘아우내장터’라는 표기도 보입니다. 이곳이 바로 1919년 유관순 열사와 주민들이 아우내 만세운동을 벌인 그 자리였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아우내'는 병천의 순우리말이라고 해요.
평소에 '이렇게 생긴게 병천순대구나~'하고 별 생각 없이 먹었었는데, 병천순대라는 이름이 지명에서 왔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순대와 병천, 그리고 병천의 우리말 이름 아우내, 그 사이에 얽혀있는 사연과 역사를 따라가다 보니 병천순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아우내장터, 그리고 사람들의 밥상
아우내장터는 조선 후기부터 이어져온 전통 5일장이었습니다.
장날이면 병천뿐 아니라 인근 진천, 청주, 공주에서도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물건을 팔고 사고, 소식을 전하고, 때로는 소주 한 잔에 순대나 국밥 한 그릇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던 곳.
1919년 4월 1일, 이 장터는 ‘시장’이 아니라 ‘독립의 함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3,000여 명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고, 이 소리가 천안을 넘어 전국으로 퍼져 나갔죠.
병천순대의 태동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 1960~70년대.
병천에는 도축장과 돼지고기 가공 공장이 들어서면서 소창(작은창자)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습니다.
기존 장터에서 팔리던 순댓국과 순대에 이 소창을 사용하자,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잡내 없는 담백함이 탄생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병천순대’의 시초입니다.
다른 지역 순대와 비교하면, 병천순대는 소창에 야채, 당면, 선지, 다진 고기를 적절히 배합해 풍미를 살립니다.
국물은 사골과 잡뼈를 오랜 시간 고아 깊은 맛을 내죠.
그래서인지 장터에서 시작한 이 음식은 이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왜 하필 소창일까?
돼지의 창자는 대창, 소창, 막창으로 나뉘는데,
- 대창은 두꺼워서 씹는 맛은 좋지만 지방이 많아 누린내가 강합니다.
- 소창은 얇고 탄력 있으며, 지방이 적어 깔끔한 맛이 납니다.
- 막창은 지방이 많고 양이 적어 잘 쓰이지 않죠.
병천순대는 이 중 소창을 사용해 특유의 담백함과 쫄깃한 식감을 살렸습니다.
대창 순대의 진한 맛과는 다른,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병천순대를 차별화시켰습니다.
장터에서 거리로
처음엔 장날에만 맛볼 수 있었던 순댓국밥이, 1968년부터 상설 식당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중소기업이 몰리며 순대 전문점이 쭉 늘어나 “병천순대거리”를 형성했어요.
지금은 전국에서 순댓국 한 그릇을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미식 명소가 되었습니다.
병천순대와 다른 지역 순대 비교
지역/종류 | 창자 종류 | 주요 재료 | 특징 |
병천순대 | 소창 | 선지, 찹쌀, 배추, 당면, 각종 채소 | 담백하고 쫄깃, 잡내 적음 |
춘천순대 | 대창 | 선지, 찹쌀, 숙주, 배추, 들깨 | 고소하고 진한 맛, 들깨향 |
함경도식 순대 | 대창·소창 혼합 | 선지, 찹쌀, 당면, 채소, 마늘, 파 | 마늘향 강하고 짭조름 |
전라도식 순대 | 대창 | 선지, 찹쌀, 숙주, 김치, 부추 | 김치 넣어 칼칼하고 매콤 |
서울·경기식 순대 | 대창 | 당면, 당근, 부추, 양파 | 당면 위주, 가벼운 맛 |
맛집 이름 | 특징 요약 | 대표 메뉴 / 비고 |
---|---|---|
청화집 | 병천순대 원조격. 진한 사골 국물과 깔끔한 모둠순대. | 순댓국밥, 모둠순대 / TV 방영 |
충남집순대 | 푸짐한 양과 깔끔한 국물, 가성비 뛰어남. | 순대 모둠, 순댓국 |
박순자 아우내순대 | 잡내 없는 담백함, 주차 편리. | 순댓국, 모둠순대 |
역사와 맛을 함께 즐기다
병천순대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아우내 장터와 유관순 열사가 독립운동을 펼친 공간에서 이어진 장터 음식이라는 문화적 의미도 함께 지닙니다.
그릇 속에 담긴 순대 한 점이,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까지 함께 전해주는 셈이죠.
독립기념관에서의 여운을 안고 병천순대거리에 들러 먹는 한 그릇의 순댓국은, 그 맛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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