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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궁금한 것들

블러드문과 전설 이야기 - 개기월식 관찰기(2025년 9월 8일)

by 틈새생각 2025.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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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8일 새벽, 하늘에서는 특별한 천문 현상이 펼쳐졌습니다. 바로 개기월식입니다.
달이 완전히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 붉게 물드는 블러드문 (Blood Moon)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어요.

제가 사는 곳에서도 비교적 맑은 하늘 덕분에 관측이 가능했고, 카메라와 망원경 없이 맨눈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개기월식 관측 경험과 함께, 블러드문이 과학적으로 왜 생기는지, 그리고 전 세계에 전해 내려오는 붉은 달의 전설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개기월식과 블러드문의 과학

1) 개기월식이란?

개기월식은 태양 – 지구 – 달이 일직선으로 배열되어,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에 완전히 들어가는 현상입니다.
달이 직접 태양빛을 받을 수 없게 되면, 완전히 어두워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붉게 빛나게 됩니다.

2) 왜 달이 붉어질까?

그 이유는 지구 대기의 굴절과 산란입니다.
태양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파장이 짧은 푸른빛은 산란되어 사라지고, 파장이 긴 붉은빛이 달까지 도달하게 되요.
이 빛이 달 표면을 물들이면, 우리가 보는 ‘피빛 달’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이 현상을 ‘블러드문(Blood Moon)’이라고 부릅니다.


2. 2025년 9월 8일 개기월식 관찰 기록

이번 월식은 새벽 시간대에 진행됐습니다.

오전 1시 26분 48초에 달의 일부분이 가려지는 부분월식이 시작됐고, 달이 지구 본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는 개기월식은 오전 2시 30분 24초에 시작돼 오전 3시 11분 48초에 최대가 된 뒤 3시 53분 12초에 끝났습니다. 이후 다시 달의 밝은 부분이 보이기 시작해 오전 5시 56분 36초에 월식의 전 과정이 끝났어요.


저는 월식을 작정하고 기다린건 아닌데, 개기월식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시간에 어떨결에 잠에서 깨는 바람에 운좋게 관찰할 수 있었어요. 개기월식 막바지인 3시 30분쯤에 서둘러 밖으로 나갔는데 이미 달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달빛이 줄어드니, 평소 도시 하늘에서는 보기 어려운 별들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듯 했습니다.

처음엔 평소와 다른 달의 모습을 찾느라 한참을 두리번 거렸습니다. 흰빛으로 밝게 빛나는 달 모습만 상상하며 찾았으니 말이에요.  아파트 빌딩 사이로 조용히 몸을 감추고 떠 있는 달을 발견하는 순간, 오랜동안 못보고 지낸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꽤나 어색했습니다. 그러곤 그 묘한 빛에 매료되어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3. 전 세계에 전해지는 블러드문 전설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사람들은 이 불가사의한 현상을 하늘의 경고나 신의 메시지로 여겼습니다.
각 문화권마다 달이 붉게 변하는 순간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① 동아시아 – 달을 삼키는 용

옛 중국과 한국에서는 달이 어두워지고 붉어지는 현상을, 하늘의 용이나 괴물이 달을 삼키는 것으로 믿었습니다.
달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 마을 사람들은 북과 징을 힘껏 울렸습니다.
그 소리에 놀란 용은 달을 뱉어내고, 달은 다시 하얀빛을 되찾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날 밤, 달은 붉게 물든 채 사람들의 함성을 내려다보았다.”


② 북유럽 – 하티의 추격

노르드 신화 속 하늘에는 두 마리의 거대한 늑대 형제가 있었습니다.
하티(Hati)는 달을, 스콜(Skol)은 태양을 끝없이 쫓았습니다.
하티가 달을 잡아먹는 순간, 달은 붉게 변하며 하늘이 잠시 어두워졌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세계의 종말, 라그나로크의 전조로 여겼습니다.

“하티의 이빨이 달을 물었을 때, 하늘은 피빛으로 물들었다.”


③ 아메리카 원주민 – 전쟁의 징조

북아메리카 일부 부족, 특히 체로키(Cherokee)와 라코타(Lakota) 사람들은 붉은 달을 큰 전쟁이나 변화의 신호로 보았습니다.
달이 피처럼 변하면 부족의 장로들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회의를 열고, 전사들은 무기를 손질했다고 합니다.

“달빛이 피처럼 흐르는 동안, 아이들은 어머니 품에 숨었고, 전사들은 창을 가다듬었다.”


④ 마야 문명 – 달 여신 익스첼의 전쟁

마야인들은 달을 여신 '익스첼(Ix Chel)'의 화신으로 여겼습니다.
평소에는 은빛 옷을 입고 있었지만, 하늘에 위기가 닥치면 붉은 전사의 갑옷으로 갈아입었다고 전해집니다.
블러드문은 그녀가 하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그날 밤, 달은 피빛으로 타올랐고, 지상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⑤ 중세 유럽 – 성경 속 붉은 달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는 블러드문을 성경의 예언과 연결했습니다.
요한계시록 6장 12절에는

“…해는 검어지고 온 달이 피같이 되며…”
라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붉은 달은 종말이나 재앙의 징표로 여겨졌고, 월식이 일어날 때면 마을에는 공포가 번졌습니다.

 


4. 다음 개기월식 안내

  • 날짜: 2026년 3월 3일
  • 관측 가능 지역: 아시아, 호주, 태평양, 미주 일부(한국에서는 월식 후반부에 달이 뜬다.)
  • 관측 팁: 개기월식 시간대를 미리 확인하고, 빛공해가 적은 곳에서 삼각대와 함께 촬영 준비
  • 한국에서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다음 개기월식: 약 3년 뒤인 2029년 1월1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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