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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궁금한 것들

황금 들판의 손님들: 가을 논밭에 새 떼가 몰려있는 이유는?

by 틈새생각 2025.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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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운동을 나가면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바로 가을걷이가 끝난 논밭 위로 수많은 새들이 집합했다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광경인데요. 정말 볼때마다 탄성이 나오는 풍경입니다. 이 모습 때문에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는 걸 더욱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을철 논밭은 먼 길을 날아온 철새들에게는 꿀맛 같은 식량 창고이자 편안한 쉼터가 됩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가을/겨울철 철새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그들이 논밭을 찾는 이유를 함께 살펴봤어요.

기러기들의 비행


 

1. 누가 논밭을 찾을까요? 대표적인 겨울철새

가을이 되면 북쪽 시베리아나 중국 등지에서 따뜻한 남쪽 나라로 이동하는 수많은 겨울 철새들이 우리나라를 찾습니다. 특히 논밭은 이들에게 중요한 중간 기착지나 월동지가 됩니다.

1) 큰 기러기와 쇠기러기 (오리·기러기류)

  • 특징: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며, 'V'자 대형으로 질서정연하게 이동합니다.
  • 논밭 활용: 주로 수확 후 논바닥에 떨어진 볍씨(낙곡)를 주워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합니다. 논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2) 청둥오리, 가창오리 등 오리류

  • 특징: 다양한 오리들이 논이나 물가에 모여 생활합니다. 특히 가창오리는 수십만 마리가 군무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 논밭 활용: 논바닥의 볍씨는 물론, 수초의 뿌리나 작은 무척추동물 등을 먹으며 영양을 보충합니다.

3) 두루미류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 특징: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귀한 손님들입니다. 매우 민감하고 경계심이 강하여 조용한 환경을 선호합니다.
  • 논밭 활용: 낙곡 외에도 논밭 주변의 다양한 식물의 뿌리나 곤충을 찾아 먹습니다.

2. 왜 철새들은 논밭으로 모일까요?

광활한 논밭이 철새들에게 매력적인 이유, 바로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논밭에 빼곡히 모여있는 기러기들

1) 최고의 먹이 창고(낙곡)

  • 추수가 끝난 후 논바닥에는 미처 수확되지 못한 볍씨, 즉 낙곡이 남아있습니다. 이 볍씨는 철새들에게는 겨울을 나기 위한 고열량 에너지원입니다.

2) 안전한 휴식 공간 (개활지)

  • 넓게 펼쳐진 논은 포식자의 접근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개활지입니다. 철새들은 포식자로부터 안전하게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3) 무논 조성

  • 일부 철새도래지에서는 지자체나 농민들이 수확 후 논에 물을 대어 '무논'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무논은 물새들이 먹이를 찾거나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안전하고 편안한 쉼터를 제공합니다. (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농민들이 철새를 위해 볏짚 존치, 무논 조성 등의 활동을 할 경우 보상을 받는 제도입니다.)

3. 경이로운 군무, 그 의미는?

'수많은 철새들이 한 번에 날아오르는 장면'은 정말 가슴 벅찬 순간입니다.

이러한 철새들의 군무(群舞)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한번에 날아오르는 기러기들

1) 포식자로부터의 방어

  • 한 마리보다 수많은 개체가 모여 움직이면 포식자(맹금류 등)가 특정 개체를 노리기 어려워집니다. 집단은 곧 안전인 셈입니다.

2) 정보교환

  • 무리 내에서 먹이가 풍부한 장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효율적인 먹이 활동을 이어갑니다.

3) 집단 응집력

  • 함께 모여 잠을 자거나 이동하며 무리 전체의 결속력을 다지고, 긴 이동 여정을 준비합니다.

4) V자 대형

  • 기러기류가 이동할 때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취하는 효율적인 비행 대형입니다.

4. 철새들이 때가 되면 이동 시기를 알 수 있는 이유

1) 일조 시간(해가 떠 있는 시간)의 변화

  • 가장 큰 신호예요.
  • 가을이 되면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데, 이 변화는 철새의 뇌 속 생체시계(생물학적 리듬)에 영향을 줍니다.
  • 조류의 솔방울샘(송과선)이 이를 감지해, 멜라토닌 등의 호르몬 분비를 바꾸고, 이로 인해 새의 몸은 “이동할 때가 됐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2) 기온과 먹이 환경 변화

  • 기온이 떨어지면 곤충이나 식물 씨앗, 수서생물 등 먹이가 줄어요.
  • 새들은 먹이의 감소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먹이가 풍부한 지역(남쪽 등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려는 행동을 보입니다.

3) 내장된 생체 나침반

  • 철새는 지구 자기장, 태양의 위치, 별의 배열 등을 이용해 방향을 인식합니다.
  • 즉, 단순히 ‘언제’뿐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알고 있는 셈이죠.
  • 특히 눈의 망막 세포에 있는 ‘크립토크롬’ 단백질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4) 유전적 본능과 학습

  • 철새의 이동 시기와 경로는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본능이에요.
  • 다만 경험 많은 개체를 따라 이동하면서 세부 경로와 시기 조절을 배우기도 합니다. (예: 어린 철새들은 첫 이동에서 본능에 의존하지만, 이후에는 경로를 학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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