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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책

[책] 저주토끼 - 정보라

by 틈새인간 202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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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저주토끼
지은이 : 정보라
출판사 : 아작

 


'저주토끼'는 '2022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소설집 입니다.

 

1969년 영국의 부커사(Booker)가 제정한 '부커상'은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으로, 영어로 창작되어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상을 수여하는 '부커상'과 영어로 번역된 영국 출간 작품에 상을 수여하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으로 나뉩니다.

2002년 맨 그룹(Man group)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맨부커상'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2019년 맨 그룹이 후원을 중단하고 후원사가 바뀌면서 다시 '부커상'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작품 중에는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였고, 2018년 역시 같은 작가의 '흰'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까지 오른 바 있습니다.
이어 2022년에 세번째로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서 한국 장르 문학의 힘이 또 한번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듯 합니다.

 

'저주토끼'는 10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소설집으로 현실과 비현실, 공포와 실소가 묘하게 버무려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런데 바로 그 부분이 '현실이라고 뭐 다른가'라는 생각이 들게도 합니다.

 

정보라는 책 속 ‘작가의 말'에서
" <저주토끼>는 쓸쓸한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모든 존재는 혼자이며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 혹은 복수는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필요한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로우며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작품 하나하나가 '권선징악'이나 '복수' 또는 '사필귀정'이라는 공통된 전개를 보여주고 있지만, 사건들이 마무리 된 후에도 '그래서 잘 먹고 잘 살았다'라는 후련함을 찾기 힘듭니다. 오히려 그 이후에 있을 주인공들의 쉽지 않은 삶이 짐작된다고나 할까요.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위로를 받았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마음 한켠이 쓰리기도 하고 저릿하기도 합니다. (아! 이게 위로 받은 건가요?^^;)
현재 제 상태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거나, 혹은 쓸쓸하고 외로운 존재로서의 인간의 이치를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일테죠.

 

각각의 이야기가 낯설고 불편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낯설고 불편한 크기만큼 생각을 자극하고, 결말이 궁금해 조바심 나게 만드는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의 의미가 뭘까 자꾸 생각하게 되는군요.




< 저주토끼 >

일본 속담 중에 '남을 저주하면 무덤이 두 개'라는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이 속담의 뜻은 타인을 저주하면 결국 자신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일단, 나쁘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반성을 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분노가 나 스스로를 집어삼키게 될 때, 과연 나는 그걸 알아차릴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남았습니다.




< 머리 >

변기 속 머리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장면에 경악하며, 과연 나는 어떤 것들을 배설하며 살고 있나 하는 생각에 흠칫 놀랐습니다.(아, 무서워ㅜㅜ)

아무리 생각해봐도 배설물을 전혀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노릇일것 같고, 그렇다면 그 배설물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한데...... 그냥 모른 척, 없는 척 뚜껑 닫고 내려버릴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쓸 것인지,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있는지,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지...... 고민 고민 되는 질문입니다.




< 차가운 손가락 >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휩쓸리듯 살고 있다는 현타가...... ㅠㅠ

남의 말만 믿고 하라는대로 하고 그러다 내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도 모르고 말이에요.

좀 더 귀 기울여 들으려고 했다면 희미하게만 들리던 '나의 목소리'를 알아챌 수 있었겠죠?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 몸하다 >

피임약 남용으로 임신을 하게 되고 그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 될 사람을 찾아야 아이에게 불행이 닥치지 않을 거라는 다소 당황스런 설정......뭐라 해야 할까요, 이 웃지 못할 상황을;;

'○○을 위해서'라며 우리가 해내고 있는 일들은 정말 '○○'을 위한 일일까요?

사회가 정한 기준, 그리고 그 압박과 요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안녕, 내 사랑 >

밥상에 생선 반찬이 올라올 때마다 생선 몸통은 안드시고 생선머리만 드시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자식은 자신의 어머니가 진짜 생선머리를 좋아하시는 줄 알고 첫 월급을 받는 날 어머니께 생선머리를 잔뜩 사다드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사랑은 간혹 이렇게 안타까운 모습일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소위 '사랑'이라는 것은 우리가 관념적으로만 상상하는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앞에 있는 존재는 본질적으로 내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 입니다.

내가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만 사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랑 앞에서도 우리는 결국 이기적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안녕'을 고하게 되는 것이겠죠.

 

 


< >

이 단편을 읽는 내내 아버지라는 그 놈에 대해 욕을 욕을 해가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나!쁜!놈! 

'나를 풀어주시오' 라는 말에는 '스스로를 풀어주시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구속하는 순간, 자신도 그 관계 안에 구속되기 때문이죠.




< 흉터 >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상처입고 그 상처가 흉터로 남게 되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어 더 이상 피가 배어 나오지 않습니다.

흉터가 없는 매끈한 피부와 이미 흉터가 깊게 패인 살갗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흉터도 내 삶의 일부이고, 우리는 또 자신의 삶을 향해 한 걸음 내딛을 뿐입니다.

 



< 즐거운 나의 집 >

자유는 또 다른 구속을 낳고, 그 구속이 또 다른 구속을 낳고......

그렇다면 우리가 찾아 헤매던 자유는 영원히 꼬리를 무는 구속들의 총합? ;;

현재의 달콤함에 취해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봐야겠어요.




<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

자신에게 걸린 저주는 풀 수 있으나 자신의 욕심에 스스로 눈먼 인간을 눈 뜨게 할 방법은 없다는 책 속 구절이 마음에 남습니다.

화장실 갈 때와 화장실 갔다 와서의 마음이 다르다지만, 암튼 왕자 나빠요.

 



< 재회 >

'나는 어떤 시간에 갇혀 있을까' 

그 시간에 반복해서 소환되는 이유가 정말 좋아서인지 그저 익숙해서인지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그저 생존을 위해 이미 지나간 시간을 무의미하게 반복해서 확인하는 일들이 없도록 스스로를 살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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