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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책

[책] 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by 틈새인간 202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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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최소한의 이웃

지은이 : 허지웅

출판사 : 김영사

 

 

허지웅은 영화비평가로 처음 알게 됐었는데, 그 이후 이런 저런 방송출현을 많이 하더라고요. 어떤 주제에든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고 거침없이 말하는 편인데다 외모도 날카로운 느낌이 있어서 그냥 좀 '쎈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쓴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제가 생각해왔던 작가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이라 다소 당황스러웠습니다. 사람에 대한 편견은 참 무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외모며 말하는거며, 무척이나 자기만 아는 사람일거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책 첫머리, 작자의 말에 쓰인 구절 하나로 허지웅이라는 작가가 고민하고 있는 핵심이 뭔지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모든 개인사는 타인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것.'

작가는 이웃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은 코로나19가 시작될 즈음 쓰여지기 시작해서 거리두기가 중단될 때 마무리 된 책입니다.

코로나19는 내 주변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같이 살아갈 수 밖에 없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합니다.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허지웅이라는 사람이 고민했던 '함께 살기 위한 가치들'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작가가 말하는 '함께 살기 위한 가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애정 -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

"인간은 공감할 줄 아는 생명체입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동안 그들을 다른 생명체와 구분 짓는 괴상하고 소모적이며 소란스러운 동시에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공감하는 능력일 겁니다."

 

"사랑의 반대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누군가는 증오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무관심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사랑의 반대말이 소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신의를 낳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믿는 토대 위에서 동등하게 자유롭습니다. 신의를 유지하고 지키는 일은 어렵습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일만큼 어렵습니다."

 

"서로에게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가끔 우리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에 친숙해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걸 포기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 어리석은 거니까요. 사랑은 두 사람의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일 겁니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을 인내하는 방법은, 어쩌면 그렇게 감싸 안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2. 상식 -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약사빠른 것과 기민한 것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염치라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의 염치에 가격을 매겨야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이 가격은 사람마다 상대적인 것이라 서로 견주어 자랑할 수 없고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오직 자신만이 가격 앞에 홀로 떳떳하거나 초라합니다."

 

"나라는 사람의 본질은 내가 저지른 잘못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것을 수습할 방법을 결정하는 순간에 정해집니다. "

 

"남 탓에 골몰하여 매진할수록 더욱 초라하고 시시해지는 건 결국 자기 자신뿐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투쟁으로 너를 희생시키겠다는 마음은 원칙일 수 없습니다."

 

"개인이 자유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가운데 어느 것도 서로에 우선하거나 우월하지 않습니다. 자유라고 말하고 싶을 때 책임감을 떠올리고 책임감을 권하고 싶을 때 자유를 염려하는 내 안의 균형감각을 찾아야 합니다."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입니다. 눈앞의 일을 수습하고 정리하고 다음 일을 하는 게 언제나 더 중요합니다."



3. 공존 - 이웃의 자격

"이웃에게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줄 전능한 힘 같은 건 없지만, 적어도 비참하게 만들지 않을 힘 정도는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서를 읽으려고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수단이 타락하면 목적 또한 오염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입장이 바뀌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진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입장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이라면, 그건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세상의 유일한 진짜 모습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확신할 수 없다면 단정 지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 또한 조심해야 하겠지요."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이 거창한 게 아닐 겁니다. 꼭 친구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고 같은 편이나 가족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만큼 남을 이해하는 태도, 그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의 전모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4. 반추 - 가야할 길이 아니라 지나온 길에 지혜가

"원칙과 상식이 서로를 살피지 않고 다툴 때 분란과 파국을 낳을 수 있다는 것."


"더 많은 경험을 재료로 사유를 하고 스스로를 갈고 닦는 사람이 있는 반면, 똑같은 양의 경험을 빌미로 그 경험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경험이 많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경험에 사로잡혀 과거의 망령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경험으로부터 피해의식이 아닌 지혜를 끄집어내 다음 일을 모색할 것인가."

 

"시대의 비극으로부터 일어나 회복으로 이끄는 힘은 세련되고 거창한 말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과격한 우격다짐에서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거창하고 과격한 것들에 휩쓸리지 않는 평정과 극단의 열기를 경계하는 온화함에서 나왔습니다."


"잘 살다가 잘 죽는 게 행복의 요체다.
잘 살다가, 잘 죽을 것. 늘 겸허할 것. 함부로 결론을 내리지 말 것. 인생은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불편한 사람들이 생기면 논쟁이 생기고 논쟁이 생기면 사람이 사고하기 시작합니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표현하는 인간은 핵미사일만큼 무서우니까요."


"정답이 없는 질문을 설명하려 애쓸 때 인류는 진보해왔습니다."

 

5. 성찰 -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고단함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후회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건 담대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망가진 사람입니다."


"진정한 강인함이란 하늘을 날고 쇠를 구부리는 게 아닌, 역경에 굴하지 않고 삶을 끝까지 살아내며 마침내 스스로를 증명하는 태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어제의 우리를 미워하거나 미화하기보다, 일어난 일을 일어난 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우선되어야 더 나은 내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흑역사란 수치와 침묵의 대상이 아닌 미래에 관한 중요한 지도이자 힌트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자신의 내적 갈등 때문에 무고한 주변 세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이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에 과몰입하여 지나치게 과격해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늘 스스로를 살피고 다스려야 하겠습니다.

혹시 나는 그간 내가 억울하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무례하지 않았는지, 내가 감당하고 해결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그걸 권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지. 겸허히 돌아보게 됩니다."


"혹시 인생에 다시 없을 창피를 당했다며 괴로움에 빠져 있는 분이 계신가요. 지금의 창피 따위는 잊게 만들 세계관 최강의 창피가 언젠가 반드시 찾아옵니다. 훌훌 털고 즐겁게 사세요."


"사실이란 늘 한결같이 복잡하고 맥락이 있으며 두텁습니다. "


6. 사유 - 주저앉았을 때는 생각을 합니다

"진실을 찾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되, 진실을 찾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아는 일에 과몰입하고 거기 자기 삶을 끼워 맞추기 시작하면, 스스로와 주변의 삶을 완전히 망쳐버리고 만다는 것"


"정의와 상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자를 믿어선 안 됩니다. 오직 정의와 상식을 고민하고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옳다는 신념체계를 구축하는 것과 너는 그르다는 확신을 갖는 것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찾지 못한다면 신념도 확신도 모두 광기에 불과합니다. 모든 종교와 철학이 몰두하는 가장 중요한 정수가 바로 그 무게중심입니다."


"나의 일을 감당하고 남의 일을 염려하다 보면 반드시 평정에 이를 수 있습니다."


"희망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만이 희망을 준비하고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이웃일 때 서로 돕고 함께 기다리며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나와 너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찾는다는 것, 그리고 찾은 쪽으로 그 무제중심을 옮긴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알기 때문입니다. 

비난받지 않을까, 힘들어지지 않을까, 손해보는 것이 아닐까 전전긍긍하며 용기내지 못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최소한의 이웃이 되기는 어감만큼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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