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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책

[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by 틈새인간 202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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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지은이 : 황보름

출판사 : 클레이하우스

 

 

저는 책 읽는 걸 유달리 좋아하지도 않고, 그래서 많이 읽어내지도 못합니다.

기껏 구입해서는 눈길도 주지 않은채 방치하는 책들도 있고, 읽다 말고 슬쩍 밀어놓는 책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서관, 서점, 북카페 등의 공간을 좋아합니다.

독서 자체보다는 책을 매개체로 만들어지는 분위기 같은게 좋다고나 할까요?

제각기 골라낸 책을 읽다가 가끔 눈을 들어 다른 곳을 응시하기도 하고 또는 옆사람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는, 그러다가 다시 책 속에 고개를 묻고 자기만의 시간에 집중하는 그런 분위기가 좋습니다.

개인의 시공간과 관계의 시공간이 모호하게 공존하는 느낌이 저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먼저, 지도를 열어 '휴남동'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왠지 있을 것 같은 이름의 동명인데, 비슷한 이름의 동네만 검색되어 나옵니다.

'아, 진짜 있는 동네가 아닌가보네. 휴남동.... 무슨 의미로 지은걸까?'

호기심에 서둘러 책장을 펼쳤습니다.

 


 

'영주', 바로 '휴남동 서점'의 주인이며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아르바이트생이 얼마를 받아야 생활이 가능할까를 고려하며 알바 시급을 정할 정도로 지나친(?) 세심함이 있고, 솔직하게 대화를 이끌어내는 편안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 왔던 자신만의 서점을 열고 개성있는 서점으로 잘 발전시켜 나가지만,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평소 팬이었던 현승우 작가를 북토크를 통해 만나게 된 후, 스스로를 가두었던 과거의 울타리에서 벗어납니다. 

 

'민준'은 휴남동 서점의 바리스타 알바생입니다. 

큰 불평없이 그저 열심히 살아왔지만 좁디 좁은 '취업의 문'을 통과하지 못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지냅니다. 그러다 우연히 '휴남동 서점'의 바리스타 구인 공고문을 보게 되었고, 그 곳에서 영주와 같이 일하게 됩니다.

어떤 질문을 받으면 '글쎄요'라는 대답이 대부분일 정도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입니다. 하지만 휴남동 서점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해답을 찾아감에 따라 '글쎄요'라는 대답은 점점 줄어듭니다.

 

'지미'는 영주가 원두를 공급받는 로스팅 업체 '고트빈'의 대표입니다. 

영주와는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로 커피에 대한 식견과 자부심이 높습니다. 괄괄하고 거침없이 일하는 모습과는 달리, 남편과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괴로워 합니다.

민준의 커피실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원두 및 커피 추출 기술 등 이것 저것을 가르쳐 주어 민준이 새로운 길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민준과의 대화를 통해 남편과의 갈등에 직면할 용기를 얻습니다.

 

'승우'는 '문법과 문장'에 관한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다 한 출판사 대표와의 인터넷 분쟁으로 이슈를 일으킨 뒤 출판계의 관심을 받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머가 되기를 희망했었고 다행히 꿈을 이뤄 소프트웨어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지만, 과중한 업무와 바쁜 일정에 치여 더 이상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아하던 코딩일을 접었습니다. 그 이후 작가로 활동하게 되죠. 

북토크를 통해 영주를 만나게 되면서, 감정이 이끄는 대로의 삶에 한 발 내딪게 됩니다.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정서'는 휴남동 서점의 단골입니다.

계약직으로 시작해 결국 계약직으로 퇴사를 했습니다. 장장 8년이라는 기간을요. 한 때는 정규직 직원이 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일했지만, 직장 상사가 자신의 성과를 가로채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도 오히려 자신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분노를 느낍니다. 그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되고요.

주변에 해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서점에 와서 명상을 하거나 뜨게질을 하는 등 이상한 구석이 있는 손님입니다.

 

'희주'는 오다 가다 수시로 휴남동 서점에 들르는 동네 이웃입니다.

영주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야기 내용의 대부분은 아무것도 하고 싶은게 없다는 아들 민철에 대한 근심 걱정입니다.

휴남동 서점에서 운영하는 독서클럽에 가입하면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그 깨달음 이후로 '자식만 걱정하던 일상'에서 벗어납니다.

 

'민철'은 희주의 아들입니다. 

엄마의 권유로 휴남동 서점에 나와 앉아 있지만, 죽치고 앉아 빈둥빈둥 시간만 보내기가 일쑤입니다. 가끔 영주가 추천해 주는 책을 읽어보려고 하지만 도통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어느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는 자신이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휴남동 서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불안과 조급함에서 조금씩 빠져 나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모습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평범한, 그렇지만 눈에 띄는 특징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 주위에서 한 번쯤은 본 듯한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휴남동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합니다. 그리고 한쪽이 힘들어 보이면 서로 조금씩 도와줍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그렇게 그렇게 서로에게 '받아들여 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받아들여진' 힘으로 앞을 향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게 됩니다.

 

 

책을 읽어 내려갈 수록 등장 인물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깊어집니다. 마치 책 속에서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위로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로요.

'받아들여진다는 느낌' 

이 표현이 내내 머리에 남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휴남동'이라는 동네 이름이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졌다고 했었죠?

영주가 서점을 열 동네로 휴남동을 선택한 건 휴남동의 '휴'자가 '쉴 휴(休)'자라는 걸 우연히 알게 되어서라고 하네요. 이제 좀 쉬고 싶다는 영주의 갈망이 느껴지는 부분이죠.

그런데, '남'자는 또 무슨 의미 일까요? 이것까지는 안나와 있어요;;

쉴 수 있는 남쪽 동네, 뭐 이런 뜻일까요?

쉴 수 있는 남자가 있는.... 흠흠... 이건 좀 아니죠? ^^;;

 

황보름 작가 이력을 보니 등장인물 중 '승우'와 겹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자신을 모티브로 삼은 걸까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하면 칼 같이 정확하고 냉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드는데, 이렇게 따뜻한 소설을 쓰다니....흥미로운 부분이었어요.

역시, 편견은 해로워요 ^^;;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오랜만에 마음이 편해지는 책을 읽었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 속 인물들이 다들 '선을 넘지 않는다'라고 할까요? 무례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적정한 선에서 상대방이 필요할 때 조용히 손을 내밀 뿐이죠.

무엇보다, 안되는 쪽이 아닌 되는 쪽으로 희망을 걸고 적극적으로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자세가 저에게도 전달되어 좋았습니다. 뜨끈한 국밥 한그릇 먹은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졌거든요.

책, 커피, 좋은 사람들.... 아, 정말 이런 가게 차리고 싶네요. ㅎㅎ

읽어보신 분들은 다들 저와 같은 생각 하실듯 ㅋ

지친 삶에 따뜻함 한 스푼 더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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