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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책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by 틈새인간 2022.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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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지은이 : 김지수, 이어령

출판사 : 열림원

 

 

'시대의 지성'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는 이어령 작가의 책을 저는 아직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매스컴에 나오는 그를 잠깐 잠깐 소비했을 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라스트 인터뷰를 정리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이 저에게는 이어령을 처음 만나는 시간이었고, 이 책을 시작으로 그의 다른 작품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Last'가 곧 'Start'가 된 셈입니다.

 

이런 책은 참 힘이 듭니다.

온갖 정보와 지식, 은유와 비유, 질문과 깨달음이 뒤섞여, 과학서를 읽는가 싶으면 어느새 문학작품을 읽고 있고, 그러다 철학서를 붙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금방 밥 먹었는데 다시 또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처럼 소화시키기가 버겁습니다. 술술 읽혀 내려가는 책처럼 읽었다가는 체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데, 그러자니 그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궁금해지는 그런 책입니다.

밑줄 친 부분이 그렇지 않은 부분보다 더 많아, 원래 밑줄친 형태의 서식으로 인쇄된 책처럼 보입니다. ;;

밑줄 치기도 소화시키기도 바빠지는 책, 그건 아마 저의 지성과 깨달음이 너무 초라하기 때문일테죠.

 

 


 

 

이어령은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교육자, 언론인, 정치인, 소설가, 시인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해오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고, 2022년 2월 26일 별세하였습니다.

이 책은 그가 오랜 암 투병으로 깨달은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기자 김지수씨와의 대화를 통해 전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입에 담으면 안되는 금기의 단어처럼 쉬쉬하면서 살아갑니다.

그야말로 '죽음을 죽여버린 시대'에 살고 있는 거죠.

하지만 죽음을 망각한채 살아간다고 해서 죽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진실'의 반대말이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듯, '죽음'에 대해 숨기지 말고 담담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죽음의 진실에 대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삶의 한가운데에 죽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요.

 

책의 두께에 비해 담고 있는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감히 요약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어렵게 고른, 책 속 내용을 적어두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겠네요.

 

 

책을 덮고나서도 가슴 벅차게 맴도는 말이 있습니다.

 

'너 존재했어?'

'너 답게 세상에 존재했어?'

'너만의 이야기로 존재했어?'

 

내 곁에 있던 어른들이 이런 질문을 해줬으면 '참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를 서글픔이 북받쳐 올라왔습니다.

다른 사람 기준에 맞추지 말고 너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라고 등 두들겨 주는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여태껏 한 번도 가져보지 않았던 그리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좀 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어난 것 자체가 엄청난 운을 타고 태어난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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