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작별인사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복복서가
'작별인사'
작가는 이 소설의 제목을 거의 마지막 순간에 정했고, 이보다 더 맞춤한 제목은 떠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 제목이 '작별인사'일까......
둔하고 눈치없는 저로서는 작가의 의도가 명확히 잡히지 않아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 얼마전에 넷플릭스를 통해 본 영화 '혼자사는 사람들'에 나온 주인공 진아의 대사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난 수진씨한테 제대로된 작별인사가 하고 싶어요."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를 하려는 의지가 느껴져서 인상에 남았던 대사입니다.
책 내용의 전반적인 흐름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탄생한 인공지능 로봇들과 인간들 사이의 관계 맺음과 갈등에 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다룬 영화와 책들이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 소재 자체는 다소 신선함이 떨어지지만, 역시 전개는 매우 흥미로워서 단숨에 읽혀 집니다.
'읽혀진다'라는 표현 자체에 작품에 대한 평가가 그대로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의지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읽을 수밖에 없는 재미와 몰입감이 있다는 것이니까요^^
저는 원래 이런 소재의 작품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선 로봇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단어들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이라거나 '복제인간'과 같은 소재에서는 좀 식상함마저 느꼈습니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결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어 소재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접해온 작품들의 전개는 대략 아래와 같았습니다.
'고도로 발전된 과학기술과 사람들의 필요성에 의해 인간의 모습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느낄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개발 생산된다 → 인간들은 기존의 로봇보다 성능이 개선된 로봇들을 끊임없이 원한다. 그 결과로 고장이 난 로봇들을 방치하거나 폐기처분한다. → 이미 자아를 가지게 된 로봇들이 인간들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되고, 갈등이 고조된다. → 이를 알게된 인간들은 인공지능 로봇들을 적으로 간주하게 되고 무력화 시키려 한다. → 로봇들 또한 인간들이 자신들을 파괴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인간을 몰살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 두 집단의 갈등은 전쟁으로 치닫고 결국 인간이 승리하거나, 혹은 기계가 승리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전체적인 흐름은 위와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인간vs기계'의 대립구도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그 관계 안에 자리잡고 있는 '개별적인 존재'에 대해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뻔한 소재를 전혀 다른 무엇으로 탈바꿈 시키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세상은 이미 정해진대로 진행되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하겠죠.
그 삶의 순간순간을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나'는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게 될까요?
나 이외의 존재들을 어떤 존재로 대하게 될까요?
나는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로 기억되길 원할까요?
그리고 어떤 작별인사를 하게 될까요?
<쓸데없는 틈새생각>
자판기를 두드리는 이 와중에 옆에서 '윙윙' 부산스러운 우리집 로봇청소기를 보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처음에는 바닥의 높낮이도 잘 구분하고 장애물도 잘 넘어다녔는데, 어느 순간 어딘가에 걸려 공회전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에러를 일으키는 경우도 잦아졌습니다. 센서의 기능이 저하된 것인지 처음의 그 영민함?이 사그라들었다는 느낌입니다.
처음 몇번은 그려려니 했는데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그 때 돈 좀 더 주고 대기업 제품으로 살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머리속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광고에서 본 다른 모델의 제품이 스치고 지나가고요;;
그러다 퍼뜩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외출 후 들어와 충전독에서 쌔근쌔근 전기를 빨로 있는 청소기를 보며 '로청이, 수고했네~'하며 살가운 말을 건네기도 했던 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로청이'라는 이름 또한 제가 붙여준 이름입니다^^;)
'로청이'가 사람과 같이 감정이 있어 저의 불손?한 생각을 알아차렸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아니, 그 전에...... 로봇청소기에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나는 과연 그것을 주문하는 버튼을 눌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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