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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책

[책]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by 틈새인간 2022.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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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불편한 편의점

지은이 : 김호연

출판사 : 나무옆의자

 

인터넷에 접속해 도서 목록을 살펴보았습니다.  '불편한 편의점' 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이라......

먼저,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의 위치(?)에 홀랑 넘어갔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제목만 봐서는 미스테리 장르인가 싶기도 하고, 제목의 라임이 재미있기도 해서 선택 했습니다.

 


 

이 책은 '염영숙 여사'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남편이 남긴 유산으로 청파동에 'Always'라는 편의점을 차려 근근히 살아가는 염 여사는 모태 신앙 크리스천인 퇴직 교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옳고 그른것에 대한 기준이 명확했고, 스스로도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입니다.

자식들과의 사이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딸은 자기 앞가림은 잘 하지만 좀 이기적이라 염 여사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지고, 아들은 현실 파악 못하고 이런 저런 사업을 벌이다 실패하기 일쑤입니다. 수시로 염 여사에게 사업 자금을 요구하는 바람에 골치가 아픕니다.

편의점은 그야말로 근근히 운영이 됩니다. 그런데도 염 여사가 힘겹게 편의점을 꾸려가는 이유는, 이 곳이 문을 닫으면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터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염 여사가 서울역에서 중요한 것들이 담긴 파우치를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지갑을 서울역 노숙자 한 명이 찾아주는 사건을 발단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독고'라는 이름의 이 노숙자는 노숙자답지 않게 '경우'가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염 여사의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Always' 편의점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시현'이 있습니다.

시현이 이 곳에서 1년 넘도록 일을 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직원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염 여사의 태도 때문입니다.

염 여사 또한 시현의 착실함과 배려심을 매우 귀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어느 날, 염 여사가 데리고 온 '독고'라는 노숙자에게 편의점 업무를 가르쳐 주면서 시현에게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생깁니다. 그 변화의 싹은 결국 그녀 안에 이미 있는 것이었지만, 독고를 통해 더 넓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편의점에 있는 또 한 명의 직원  '오선숙', 그녀는 남편과 아들에게 큰 배신감과 실망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상황을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곤 하죠.

독고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노숙자라는 존재가 그녀의 의구심을 더 자극했습니다. 노숙자는 노숙자일 뿐 그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녀의 신념 이었습니다.

하지만 독고를 통해 자신의 삶을 위로 받고, 아들과의 엇나간 관계를 푸는 실마리를 찾습니다.

 

사건의 주요 매개체인 '독고'의 정체는 시종일관 미스테리 합니다. (미스테리 소설 맞네요^^:)

노숙자 답지 않게 '경우'가 있고, 뛰어난 학습 능력을 가진데다가 일도 열심히 하고 사리에 맞는 대화를 잘 이끌어 갑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기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알콜성 치매 때문입니다.

염 여사의 권유로 술을 끊고 편의점 직원들, 손님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면서 자신에 대한 기억이 돌아옵니다.

그러면서 독고와 관련된 미스테리가 풀려 가죠. 

독고는 노숙자로 지내기 전 자신이 저질렀던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 길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아, 내가 세상 풍파에 너무 찌들어 가나부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ㅜㅜ

뭐랄까요.... 현실 세계를 그대로 가져와서 전혀 판타지 요소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시종일관 판타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면부지의 이름도 모르는 노숙자를 데려와 자기 가게 직원으로 고용할 수 있을까?

직원들의 일자리가 없어질까봐 수익도 별로 없고 신경 쓸 일만 많은 편의점을 계속 운영할 수 있을까?

술을 저리도 단번에 끊을 수 있을까?

어떤 이의 조언 한마디로 자신의 태도를 순식간에 바꿀 수 있을까?

등등등....

가끔 뉴스에서 비슷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는데도 저는 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느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쉽게 목격되지 않는 일들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서 그렇게 느꼈나 봅니다.

소설을 너무 현실과 동일시 했나봐요 ^^;

아무튼... 세상살이에 시달려 팍팍해진 마음을 돌아보게 되는 소설입니다. ㅎ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공감'인 것 같습니다.

염 여사의 직원들에 대한 배려, 시현의 고객에 대한 배려, 독고의 동료와 손님에 대한 공감은 고독한 개인들의 삶을 따뜻하게 연결해 줍니다. 그리고 상대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죠.

반면, 염 여사의 아들·딸이 염 여사에 요구하는 일방적인 희생, 오정숙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들의 삶에 가하는 강요, 편의점 손님들의 진상, 의사가 환자를 무책임하게 대하는 태도 등은 개인의 삶을 더욱 고립되게 만듭니다. 상대망을 절망으로 이끌죠.

 

'불편한 편의점'이라.....

글머리에 가졌던 제목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풀립니다.

'편함'과 '불편함'의 기준이 물질적인 혹은 물리적인 편함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이나 장소를 선택할 때, 단순히 사용성이 좋다거나 질 좋은 부대시설만을 보고 선택하지는 않으니까요.

물질적, 물리적인 것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존재를 찾게 됩니다.

또한, 불편한 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이용하기 편리한 편의점이 될 수 있듯이, 우리들의 관계도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을 잘 찾아내어 그것을 풀어가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편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뜻 아닌가 싶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데, 남편이 옆으로 쓱 와서 참견을 합니다.

훈수를 두는 것 같아 달갑지 않은 마음에 갑자기 글 한편 써볼까부다 하는 마음이 들어요.

제목은 '불편한 남편' ㅋㅋ

'불편한 편의점'처럼 제목의 라임도 딱 맞고, 주부들의 공감대를 마구마구 불러 일으킬 것 같지 않나요? ㅎㅎ

되도 않는 농담을 던져봤지만, 언젠가는 저도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것보다 우선, 제가 남편을 불편하게 느끼는 지점은 없는지부터 먼저 찾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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