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오은영의 화해
지은이 : 오은영
출판사 : Korea.com
심리학 관련 도서들을 읽어오면서 아직도 잘 모르겠고 갈피를 잡지 못하겠는 부분이 많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건 항상 '나'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를 먼저 관찰해야 한다는 사실.
타인의 말이 왜 불편하게 느껴졌는지, 특정 상황이 왜 못견디겠는지, 반복되는 사건의 원인이 뭔지 잘 모르겠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내면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오은영의 화해'
이 책 또한 그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나'가 끊임없이 장애물을 만들고 한계를 긋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고요.
책의 내용은 오은영 박사가 한국일보에 2년여 동안 연재했던 정신 상담 칼렴 ≪오은영의 화해≫에 실렸던 사연들 입니다.
사연들에는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고통 때문에 힘들어 하는 수많은 '나'가 등장합니다.
부모를 미워하는 나,
작은 것 하나도 결정 못하는 나,
말도 안되는 것까지 참고 견디는 나,
부모가 원하는 일은 하기 싫은 나,
나쁜 사람만 만나게 되는 나,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나,
수많은 의무감에 짖눌린 나,
학대로 상처 받았으면서 자신의 아이를 때리고 있는 나,
눈치만 보는 나,
성적 결벽증이 있는 나,
아이에게 무시 당하는 나,
너무 힘들면 그냥 죽고 싶은 나,
사소한 것 하나 하나 후회만 하는 나,
버려졌다는 느낌이 수시로 드는 나......
수 많은 '나'의 사연들에는 제 이야기도 있고, 제 주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완전히 같은 모양의 상처는 아니겠지만, 또한 똑같은 크기의 고통은 아니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 묵직하게 자리잡은 이 아픔이 어디에서 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의 시작은 대체 어디일까요?
오은영 박사는 그 원인을 '부모'라는 존재에서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부모가 있습니다. 부모의 얼굴을 알건 모르건 부모가 없이는 우리들의 존재도 없으니까요.
또한 우리에게 자녀가 있다면, 우리는 부모로서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부모로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라는 존재 또한 완벽할 수 없습니다.
미성숙한 부모가 무차별적으로 가하는 부정적인 영향은 자녀에게 고스란히 상처로 남습니다.
이 상처는 안에서 곪고 곪아 부모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자리 잡습니다.
하지만, 자식은 부모가 어떤 사람이든 부모를 미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편합니다. 그런 마음을 갖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 괴롭습니다. 부모는 마음놓고 미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결되지 않은 부모에 대한 미움은 자신의 자녀에게도 그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도 모르게 부모와 같은 행동을 하거나, 부모와 다르게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또 다른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식이라도 부모가 싫을 수 있습니다.
너무 너무 밉고 분노가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 싫은 마음으로 인해 부모에게 해를 입히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부모를 미워하는 그 감정만큼은 스스로가 인정해 줘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부모라는 사람'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거기에 있습니다.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한다고 해서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내면에서 올라오는 분노, 미움의 감정에서 도망치지 말고 대면해야 합니다.
자기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 다음에 스스로 그 마음을 소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런 감정을 가졌던 자신을 용서해 주세요. 감정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면 자신을 미워하고 혼내서는 안됩니다. 자신을 인정하고 용서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책 표지에 쓰여 있는 문구가 인상 깊습니다.
"상처 받은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용기"
이것은 최근 몇 년동안의 제 화두이기도 해서 그 어려움과 고통의 크기가 짐작이 되어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 문구입니다. 정말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자신을 용서하고 스스로 옭아매온 사슬을 끊고 진정 자유로워질 수도 있을거에요.
여러분들도 혹시 대면하기 힘든 상처가 있다면 용기를 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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